책 - 함께 자라기 를 읽고 단상

딥러닝을 공부하는 백수들의 모임 커뮤니티에서 각자 책을 읽고 매 주 와 닿는 부분을 공유합니다. 이번달 제가 읽는 책은 함께 자라기(김창준 저 / 인사이트)입니다.

이 책은 ‘자라기’, ‘함께’, ‘애자일’ 로 총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자라기(학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가 가져온 부분은 실생활에서 접하는 야생 학습에 특성에 관한 부분입니다.

제가 대학생들을 멘토링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멘토가 여러 명입니다. 어느날 멘티 한 명이 어려움을 호소하더군요. 멘토들이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주면 혼란스럽다고요. 저는 그 멘티에게 이건 반대로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학교에서야 선생님 사이의 의견이나 교과서의 내용들이 서로 충돌할 일이 예외적이지만, 오히려 현실에서는 충돌하는 것이 정상이라구요. 모든 화살표가 같은 곳을 가리키는 경우가 더 예외적이지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런 상반된 의견과 정보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나는 학교 때부터 공부 열심히 해왔다, 근데 현실에서는 그런 공부가 크게 도움이 안 되더라”하는 말을 종종 듣는데, 앞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듭니다. 제가 말하려는 학습은 이런 학습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학교학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야생학습’이 있다고 말합니다. 야생학습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야생 학습은 대부분 협력적이다(학교 학습은 대부분 개별적이다).
● 야생 학습은 대부분 비순차적이다(학교 학습은 대부분 공부 순서가 정해져 있다).
● 야생 학습은 대부분 자료에 한정이 없다(학교 학습은 대부분 교과서, 교재, 시험 범위 등이 정해져 있다).
● 야생 학습은 대부분 명확한 평가가 없다(학교 학습은 대부분 시험이라는 명확한 평가기준이 있다).
● 야생 학습은 대부분 정답이 없다(학교 학습은 무엇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이 명확하다).
● 야생 학습은 대부분 목표가 불분명하고 바뀌기도 한다(학교 학습은 대부분 합격, 자격증 같은 목표가 분명하다).

저는 학습의 본의는 야생학습에 더 가깝다고 생각을 하고, 현실세계에서는 야생 학습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학습을 이야기할 때에는 대부분의 경우 야생학습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이 (야생) 학습이 중요할까요?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일수록 학습이 중요합니다. 간단한 비유를 해보죠. 내가 ㉠에서 ㉡지점으로 이동하는데, 목표지점인 ㉡의 위치가 계속 바뀌거나 한다면 나는 가는 중에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살피고 ㉡의 위치를 추정하고 경로조정을 빈번히 해야할 것입니다. 그렇게 안하고 애초에 세웠던 계획대로 간다면 ㉡에 도달하는 것은 점점 멀어지기 쉽겠지요.
요즘 세상은 많은 것이 불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관심은 더욱 불확실한 쪽으로 옮겨가게 되었죠. 그래서 이 시점에서 학습의 중요성이 더욱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교 학습에서 효과적이었던 방법들을 그대로 야생 학습에 가져와서 적용하려고 합니다. 학습하면 바로 학교 공부를 떠올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학교 공부할 때의 습관과 전략을 유지합니다. 거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학습 방법을 학습해야 합니다. 1부에서는 학습을 학습하는 것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1. 학습하는 법을 학습해야겠네
  2. 목표를 수정해 가면서 도달하기 위한 경로조정

첫번째, 학습하는 법에 관한 것은 1부 내내 나옵니다. 주의깊게 읽는다면 책이나 API, 오픈 소스를 여러 번 읽고 ‘와 나 이제 코드를 전보다 잘 짤 수 있을꺼야’ 하는 요상한 생각은 하지 않게 될 거에요.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건 ‘2. 목표를 수정~’ 부분입니다. 이거 하면 왠지 날로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무엇을? 인생을! 저는 인생 쉽게 최대한 날로 먹고 싶습니다. 쉬운 지름길이 있다면 그리로 가고 싶어요. 노력은 적게 효과는 크게. 그래서 그동안 제가 접근했던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뭔가 정기적으로 목표를 위한 행동을 하고 todo 리스트(task)는 전보다 정교해졌습니다. 아래 예시처럼요.

음 살쪄서 그런가 몸이 좀 무거운 거 같아. 살을 좀 빼자. 목표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확실하게 수치화해야지.(키에 비례하는 적정 몸무게 검색) 아, 살은 30kg 빼야겠군. 어떻게 하지? 그래 방법을 찾아보자. 난 팀 스포츠보다 혼자하는게 좋아.(혼자 할 수 있는 운동 검색) 헬스를 시작해볼까? (헬스에 대해 찾아봄) 음 자세가 중요하니 처음엔 PT받아야겠네. (PT 가성비 좋은 헬스장을 검색) 좋아 이제 헬스장에 등록하고 헬스를 열심히 해야지. (매일 헬스장 가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task를 만듦) 헬스에 능숙해지는데 에너지를 사용.

네, 좋아보여요. 목표도 구체화했고 나에게 맞는 방법도 찾았어요. 목표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기 위한 습관도 만들고요.

근데 그냥 이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만 만들고 답을 찾은 거 에요. 실행하면서 뿌듯해하고요. 목표는 쉽고 빠르게 정하고 task는 정교하게, 안되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폭망이죠. 이렇게 되면 인생 날로 먹을 수 없어요. 길어봐야 1주일 목표 생각하고 그거 실행하려고 수 배의 시간투자를 한다고여? 이상합니다. 그게 맞는 목표인지 왜 목표를 수정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요? 왜 ‘몸이 좀 무거운 거 같아’ 부터 탐색할 순 없을까요? 아니, 몸이 좀 무거운 게 왜 생각났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계단 올라갈때마다 힘이 들어서?

개발하면서도 항상 부딛히는 문제입니다. 무슨 질문을 어떻게 해야하지? 특히 코드조각을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코드(클린코드), 설계는 언제나 혼란스럽습니다.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1+1 =2 같은 건 없고 으어어어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르대요. 책을 찾아보고 모범 사례를 찾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책에 나온 예쁜 모범사례까지 어떻게 도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울해요…) 연결다리를 더듬더듬 찾아갑니다. 드디어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래 왠지 이렇게 하면 될 거 같은데? 좋았어! 하고 열심히 파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서너 시간 혹은 몇 일을 꼬박 삽질하고 깨닫습니다. 아, 이 구덩이 파는 게 아니었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김창준의 블로그에서 힌트가 될만한 부분이 생각나서 간단히 발췌해왔습니다. 저는 개발할 때 실제로 적용해보고 효과를 얻었습니다. 지금 하는 일들을 절반의 시간 안에 해야한다면? 기간을 늘려서 생각하면 Backlog 에도 이 방법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게 맞는 목표인가?
  • 이 일 정말 꼭 해야하는가? 안하면 어떻게 되나? 회사에 그게 얼마나 중요한가? 를 여러번 반복해 묻습니다. 그래서 안해도 되는 일을 많이 쳐내는 것이 관건
  • 이 일 내가 꼭 해야하는가? 다른 사람이 해도 되나? 다른 사람이 하는 게 더 회사에 좋은가? 누구 도움을 받아야 좋은가 등을 여러 번 묻습니다.
  • 이 일로 성취하려는 목표(outcome)가 무엇인가? 이걸 여러번 묻고, 더 값싸게 하는 방법은 없나를 묻습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반드시 이 방법이어야 하는가를 여러번 묻습니다. 그러면서 대략 90% 이상 수준을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하는 더 값싼 방법을 찾습니다.

위 질문을 최소한 1시간 단위로 합니다. 즉 위에서 “이 일”은 1시간씩 하는 일에 대해 묻는 겁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하루나 1주 단위에서도 이걸 묻고요.

사실 이 책에는 제가 생각하는 더 중요한 질문에 대한 것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왜 무언가를 언제나 원해야만 하는가 인생 무엇… 다음 책은 이 부분에 접근하는 책을 골라보려고 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진짜 목표를 찾아 참 된 한량으로 거듭날 때까지 정진하겠습니다. 놀기 위해 열심히 하는 이 상황은 대체 무엇…

Written on January 19, 2019